10번째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최병진 작가는 전시회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모호한 공기_Ambiguous air’라는 주제로 작품 세계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금융경제신문 윤선미 기자]신한화구가 국내 미술 발전을 위해 기획한 신진작가지원 프로그램 ‘Thinkartkorea’가 올해로 10번째 작가 선정과 함께 4월 11일부터 5월 12일까지 파주 헤이리 포네티브 스페이스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Thinkartkorea’ 선정작가 기획초대전은 신한화구에서 국내 미술발전을 위해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2014년 봄에 시작해 박인혁 작가를 시작으로 다수의 유망한 작가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다. 

10번째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최병진 작가는 전시회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 ‘모호한 공기_Ambiguous air’라는 주제로 작품 세계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병진 작가를 통해 이번 전시회 취지와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원래 미술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이후에는 일반 회사에 있었는데, 회사에서는 현실적인 결과물을 원했고 언젠가부터 나 자신은 없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작가의 길을 가게 됐다. 작품은 이미지에 집중했던 적이 있는데, 주로 유희적인 작업을 했던 것 같다. 누구나 살면서 이런 저런 경험을 하게 되지만, 내 자신은 언제부턴가 예전부터 심리적으로 강박증을 느껴왔다.

살면서 겪게 되는 내면의 집착이 강박증으로 전이되면서 삶의 일부가 된 것 같다. 이런 심리 상태가 오래되면서, 이것을 안고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것 같다. 이를 삶으로 풀어내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트라우마를 수면위로 꺼내 놓기 시작했다. 그 수단이 작품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내면의 강박을 밖으로 표현하면서 조금은 심리상태가 안정된 느낌이다. 

신한화구에서 주최하는 Thinkartkorea 10번째 작가로 선정됐는데 소감이 어떤가 
어려서부터 미술을 접하고, 전공을 하면서 신한물감을 사용했다. 당시에는 수채화를 주로 했는데, 신한물감은 언젠가부터 나에겐 친숙한 용어로 다가왔다. 신한물감을 보면 어릴 적 추억도 생각나고, 친근하고 친밀한 느낌이 든다. 고맙게도 이번에 전시회 지원을 받게 됐다. 신한화구에서는 전시회 기간 필요한 조건들에 대해 섬세하게 배려해 줬다. 감사하게 생각하며 무엇보다 작가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미술재료 회사 신한화구에서 진행하는 이번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은 
이번 프로그램처럼 앞으로 유망한 작가에 대한 지원이 계속되길 희망한다. 사실 신진작가들의 경우, 작업 환경도 열악하고 지원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 작가라는 직업 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물론 환경을 탓할 바는 아니지만, 작가로서 늘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작가로 남기 위해 작가 스스로도 길을 열고 찾아가는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이번 프로그램이 작가들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는데 있어 좋은 기회인 것 같다. 

전시회 공간과 디스플레이 방식 모두가 맘에 들었다. 전시회도 전시회지만 작가들이 도록(작품 포트폴리오)를 제작하는데 있어서 사실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이런 재정적 지원과 세심한 배려가 작가로서의 길을 꿋꿋이 가는데 힘이 되는 것 같다. 자신의 작품이 전시장에 걸렸을 때 느끼는 희열은 말로 표현 할 수 없다. 또한 피드백을 받았을 때는 정체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자신이 가야할 방향을 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이번 전시주제 ‘모호한 공기’의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면 
내 자신에 대한 강박, 트라우마 등 2가지의 중의적 측면이 표현되어 있다. 보통 강박이 일어날 때 모골이 송연해지고, 경직이 일어나며, 식은땀을 흘리는 등 신체적인 변화를 보인다. 주변 공기도 상당히 차갑게 느껴진다. 이런 감정들을 이미지화 한 것이 바로 ‘공기’라는 개념이다. 앞의 글 ‘모호한’이란 표현은 잠재된 불안을 뜻한다. 예전 사춘기 시절, 성장하면서 갖게 된 트라우마, 해소되지 않은 앙금이 보통 꿈을 통해 나타나며, 생각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모호한’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이런 ‘모호한 공기’를 통해 내 자신의 트라우마를 밖으로 표현하고, 그것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는다. 보통 공포에 짓눌렸을 때 소리를 지르는 것만으로 살짝 편해지고 안정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내 자신도 작품을 통해 트라우마를 표현함으로써 내면의 앙금을 풀어내는 효과를 보는 것 같다. 

이번 작품에 사용된 제품과 제품을 사용할 때 작가만의 사용팁이 있다면
주로 나는 유화를 작업한다. 신한화구에서 지원하는 아크릴과 병행해 초벌작업을 진행하고, 마무리는 유화로 마감한다. 보통 작품을 진행할 때 과거의 트라우마를 뿌연 형태 이미지로 표현한다. 그리고 점점 형태를 명확히 하면서 선명하게 나타낸다. 선 자체의 뿌연 이미지 표현은 한 번에 선명하게 드러내면 메시지 전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뿌연 형태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살려낸다고 봐야한다. 뿌연 형태의 이미지는 사실 하고 싶은 많은 이야기들이 함축되어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관객들이 어떤 관점에서 작품을 이해하기 원하는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다양한 이미지로 표현한 것 같다. 하지만 나도 표현을 하면서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는 어렵다. 작품 자체에 대해 어떤 명확한 메시지를 심어 놓지는 않는다. 어쩌면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다양한 이미지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을 각자가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첨언하자면, 내 자신은 이번 전시에서 내 자신의 강박과 트라우마를 작품으로 보여주려 했던 것이며 지난 3년여 간의 결과물과 변화과정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싶은 것이 어쩌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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